[다산칼럼] 몽펠르랭소사이어티 서울총회를 마치고

입력 2017-05-11 18:23  

"경제적 자유 지켜라" 입모은 경제학자들
규제와 차별특혜는 결국 불황을 초래할 뿐
시장의 자생력을 믿고 정부 개입 줄여야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



‘경제적 자유: 번영의 길’이란 기치를 내걸고 나흘간 열린 몽펠르랭소사이어티(MPS) 서울총회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규제·복지·성장·금융·시장원리 등의 주제 아래 10개 세션에서 200여명의 세계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귀중한 이론과 정책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몽펠르랭소사이어티 서울총회 개최는 한국 경제에 매우 뜻깊다. 우선 한국 사회가 급진적으로 좌경화된 시기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反)기업정서가 팽배하고 시장경제가 근거 없이 매도당하고 있다. 기업, 노동, 금융, 환경,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간섭과 규제가 심해 경제활동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인 상황이다. 조기 실시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유시장보다 큰 정부를 선호하는 정당의 후보자가 당선된 것도 역설적으로 서울총회를 더욱 뜻깊게 하고 있다.

이번 서울총회가 한국 경제에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정부 규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서 보여준 첫 번째 메시지는 “경제적 자유를 지켜라”였다. 그것이 문명의 창조적 힘과 풍요로운 번영의 원천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업, 빈곤, 저성장 등 위기는 시장 탓이 아니라 성장을 갉아먹는 규제 탓이라는 총회의 인식도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좌파는 불황이 경제적 불평등의 소산이기 때문에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총회 참가자들은 그 반대논리를 내세웠다.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보조금, 복지, 노임·가격규제 등 차별·특혜입법, 즉 ‘반(反)법치’ 법이 경제적 자유를 유린하는 탓에 불황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서울총회 참가자들은 차별입법을 금지하는 법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기업은 규제하고 중소상공인은 지원·보호하는 내용의 경제민주화법이 우리사회 법치 위반의 전형이다. 그 결과는 실업, 경제침체, 소득불평등의 심화일 뿐이다.

또 오스트리아학파의 거성 이즈리얼 커즈너는 기업가정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금까지 알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는 인간 고유의 정신을 뜻하는 기업가정신은 번영의 원동력이요, 이윤의 도덕적 정당성의 원천이다. 기업가정신은 노동이 분배를 결정한다는 논리, 이윤은 착취의 결과라는 인식, 토지나 자본수익은 불로소득이라는 좌파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반박논리를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도덕적 기초를 확고히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은 이기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회성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문명화된 사회에 필요한 규범과 시장은 자생적으로 형성된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버넌 스미스의 주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함부로 개입하지 말고 시장의 자생력을 믿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컨대 경제적 자유, 법치, 작은 정부에서 이탈하는 정부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울총회의 메시지다. 경제적 자유가 억울하게 박해받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바람, 소득주도성장 등으로 시장이 괴로움을 당할 것을 생각하면 그 메시지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쯤에서만 봐도 서울총회를 유치한 공로는 매우 크다. 한국 자유주의 역사의 중요한 한 장(章)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자유의 토양과 자유주의 연구가 척박한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높은 문명의 길로 안내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는 법이다. 경제적 자유의 확립을 위해 화급한 법·국가·민주주의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 서울총회가 시카고학파 모임으로 착각할 정도로 시카고학파 전통의 발제와 토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뉴욕대의 이즈리얼 커즈너, 조지 메이슨대의 피터 뵈케, 채프먼대의 버넌 스미스 교수 이외에는 오스트리아학파가 드물었다. 뼈저린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역사상 최초로 열린 서울총회의 의미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자유의 횃불을 밝힌 서울총회를 시작으로 한국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자유의 논리를 개발하고 우리 시대의 핵심 메시지를 교환하면서 반(反)자유주의 사상의 도전을 막아낼 몽펠르랭소사이어티의 사명을 다 하길 기대한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경제학 kwumi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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